좋은 브랜드는 제품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고객이 세상을 바라보는 분류법을 바꾸고, 말하지 못한 감정을 건드리고, 선택에 이르는 경로를 설계한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세 가지 브랜드 장면, 그리고 리드 마케팅의 측정 변화에서 그 공통점을 찾아본다.
SEOUL · JAPAN · DIGITAL MARKETING / READ TIME ≈ 18 MIN
01 / BRANDING / KOREA브랜드 경험
상품을 진열하는 대신, ‘취향’을 전시하다
29CM × 2026 DDP디자인페어 — 온라인 큐레이션의 논리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옮긴 브랜드 경험 실험.
2026.10.14–18 · 서울 DDP · 서울디자인재단 × 29CM
2026년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29CM와 서울디자인재단이 함께 마련한 디자인페어가 열렸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취향이 가득한 시장’. 29CM 입점 브랜드 79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선정한 영디자이너 브랜드 20개 등 약 100개 국내 브랜드가 참여했고, 가구·조명·패브릭·주방용품 등 생활 영역을 폭넓게 다뤘다.
일반적인 리빙 박람회라면 가구, 조명, 그릇 순으로 전시장을 구성할 것이다. 29CM는 카테고리 대신 관람객의 삶의 태도를 분류 기준으로 삼았다. ‘세심한 살림꾼’, ‘고요한 몽상가’, ‘유쾌한 동반자’, ‘다정한 미식가’라는 네 개의 시장을 만들고 서로 다른 품목의 제품을 하나의 생활 장면 안에 섞어 배치했다. 소비자는 필요한 물건을 정확히 찾지 않더라도 자신의 취향에 가까운 공간을 돌아보며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게 된다.
IN CONTEXT2026 DDP디자인페어 — 상품군 대신 생활 취향으로 구성한 4개의 시장 공간 안내.출처 ·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 ↗
이 구조는 온라인에서 성장했지만 직접 제품을 만져볼 오프라인 접점이 부족한 신진 브랜드에도 의미가 있다. 현장 보도에 따르면 참여 브랜드의 70% 이상이 별도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지 않다. 행사 입장권 판매와 현장 운영은 확인됐지만 2026년 행사 전체 매출·방문객·신규 고객 전환에 관한 확정 수치는 이번 호 작성 시점에 공개 자료로 검증하지 못했다. 관심과 체험의 가치가 실제 재구매로 이어졌는지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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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CM가 제시한 것은 단순한 팝업이 아니라 고객이 상품을 발견하는 기준 자체를 바꾸는 편집 전략이다. 품목 분류는 고객이 이미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가정 위에 작동한다. 반면 취향 분류는 아직 구매 욕구를 명확히 언어화하지 못한 고객에게 선택의 맥락을 먼저 준다. 이를 오프라인에서 구현하면 브랜드는 상품의 기능이 아니라 ‘나의 생활을 더 잘 설명해주는 브랜드’로 기억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큐레이션이 좋은 경험이라는 사실과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사진이 잘 나오는 행사라고 브랜드 자산이 자동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체험 이전의 태도 → 체험 중 관심 → 체험 이후 검색·저장·구매가 이어지도록 연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각 구역에 QR 기반 취향 탐색을 연결하고, 관심 브랜드를 저장한 사람에게 7일 내 후속 콘텐츠를 제공하면 행사에서 발생한 탐색 데이터를 장기적 CRM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여기서 더 중요한 질문은 ‘공간이 얼마나 멋졌는가’가 아니라 ‘방문객이 기존에 몰랐던 브랜드를 얼마나 발견했는가’다. 신규 브랜드 발견율, 브랜드별 저장률, 행사 후 검색 증가율, 30일 내 구매 기여도를 묶어 측정해야 큐레이션에 대한 투자가 단순 행사비를 넘어 브랜드·유통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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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유형별 콘텐츠/랜딩페이지 4종을 운영하되, 공통 캠페인과 비교해 신규 브랜드 탐색률, 상품 저장률, 30일 구매 전환을 측정한다. 방문객 설문에는 ‘처음 알게 된 브랜드’를 반드시 포함한다.
산토리의 탄산음료 ‘NOPE’는 2026년 3월 출시됐다. 흔히 탄산음료 광고가 상쾌함·청량감·건강한 에너지를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NOPE는 소비자가 스스로에게 느끼는 작은 죄책감에 주목한다. 많이 먹고 싶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 순간을 ‘길티(guilty) 소비’라는 언어로 포착했다.
제품의 검정 용기에 강렬한 분홍색 로고와 일그러진 웃는 얼굴을 배치한 비주얼은 기존 음료 카테고리의 친절한 인상과 거리를 둔다. TV 광고와 옥외 소재에서도 과장된 표정, 강한 색 대비, 약간은 불량해 보이는 태도를 유지한다. 이 크리에이티브는 제품 특징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보다, 소비자가 평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욕망을 먼저 인정한다.
2026년 10월 1일 발표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산토리는 10월 6일 1.5L ‘MEGA NOPE’를 선보이고 Yogibo와 협업한 두 종류의 프로모션을 운영했다. 대형 NOPE 디자인의 Yogibo 경품과 구매 영수증 기반 응모를 결합해, 브랜드의 과장된 ‘나에게 관대해지는 경험’을 가정용 대용량 소비로 확장한 것이다. 산토리는 3월 출시 뒤 150일 만에 누적 출하 1억 병을 넘겼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광고 한 편의 순수한 효과로 볼 수는 없다.
NOPE의 전략은 역발상 광고 자체보다 카테고리의 통념을 거부하면서도 소비 이유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데 있다. 경쟁 브랜드가 ‘건강하게 리프레시하라’고 말할 때 NOPE는 ‘가끔은 자신에게 관대해져도 된다’는 감정적 허락을 제공한다. 제품 기능은 비슷할 수 있어도, 구매를 정당화하는 문장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전략에는 한계도 있다. 반항적인 어조는 회상률을 높일 수 있지만, 실제 맛·가격·유통 접점이 약하면 신기한 광고로 끝난다. 그래서 신제품 대용량 출시와 구매인증형 캠페인의 결합을 봐야 한다. 광고가 형성한 태도를 ‘친구와 나눠 마시거나 집에 쟁여두는 이유’로 바꾸고, 이 행동을 다시 경품 응모로 묶었다. 크리에이티브 → 소비 상황 → 제품 규격 → 구매 행동이 일관된 구조다.
고관여 서비스에도 응용할 수 있다. 고객이 서비스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이유를 단순 인지도 부족으로만 보지 않고, 고객이 숨기는 감정(미루는 죄책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비용에 대한 부담)을 언어화해볼 수 있다. 다만 불안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공포 마케팅과는 구별해야 한다. 감정을 이해시키되, 해결의 근거와 서비스 신뢰를 함께 제공해야 지속적인 전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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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상품 혜택형 광고와 고객의 말하지 않는 감정을 선명하게 짚는 광고를 A/B 테스트한다. CTR뿐 아니라 검색 유입, 브랜드명 회상, 적격 리드율, 실제 구매 전환율을 함께 비교한다.
1981년 일본에 캔 우롱차로 등장한 산토리 우롱차는 2026년 45주년을 맞았다. 산토리는 장수 브랜드의 역사를 연표로 전시하기보다 시부야 한복판에 작은 ‘해외 여행’을 만들었다.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시부야 센터가 인근 L스트리트에서 열린 《우롱기행》은 사전 예약 없이 무료 입장할 수 있는 단기 체험 행사였다.
입장객은 우롱차 한 병을 받고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야 했다. 그 뒤 들어선 골목에서는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 상인에게 손짓으로 찐빵을 사고, 현장 사진가가 촬영한 즉석 사진과 스티커로 나만의 트래블 노트를 완성했다. 상품 시음보다 ‘낯선 장소의 공기·소리·언어’를 재현한 감각적 체험이 중심이었다. 찐빵만 150엔 유료였고 다른 입장·체험은 무료로 안내됐다.
산토리의 공식 발표는 행사 기획과 운영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하지만 방문객 수, SNS 콘텐츠 발생량, 이후 판매 상승분 등은 별도 검증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성공한 행사’라는 결과보다, 브랜드가 45년간 축적해온 이국적인 이미지 자산을 현대 소비자의 참여 방식으로 번역했다는 실행 방식에서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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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마케팅은 주로 무엇을 더 보여주고 들려줄 것인가를 고민한다. 우롱기행은 반대로 무엇을 잠시 제거할 것인가에서 출발했다. 비행기 모드라는 간단한 입장 규칙만으로 평소의 메시지·피드·길 찾기를 끊어 현장에 몰입하게 했다. 좋은 브랜드 경험은 요소를 무한히 추가하는 데 있지 않고 참여자가 새로운 상태로 넘어갔다고 느끼는 ‘전환 의식(ritual)’을 만드는 데 있다.
또한 이 행사는 사진을 찍는 이유까지 디자인했다. 방문객에게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취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낯선 환경에서 활동하면 즉석 사진과 노트가 결과물로 남도록 설계했다.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광고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관점과 다르다. 공유 가능한 결과물을 만들 만큼 경험 자체에 서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무 적용에서는 행사 방문 수보다 고객 행동의 순서를 설계하는 것이 우선이다. 방문 전 기대감을 형성하고, 현장에서는 단 한 가지 참여 규칙을 제시하며, 방문 후에는 사진·기록·후속 소식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브랜드 자산을 유지하면서 젊은 고객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기업에 특히 유효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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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브랜드 체험을 기획할 때 방문객이 행동을 전환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규칙을 정의한다. 행사 뒤에는 기억 회상 조사, 자발적 공유율, 후속 콘텐츠 구독, 2주 내 재방문·재구매 의향을 측정한다.
Google Lead Journey Mapping·Journey-aware bidding — 신청 건수 이후의 데이터가 매체 효율을 바꾼다.
2026 제품 발표 · Google Ads · 기능별 제공 조건 확인 필요
리드 기반 업종의 광고 대시보드에는 흔히 광고비·클릭·신청 건수·CPA가 한눈에 표시된다. 그러나 신청 완료 시점은 기업이 매출을 확보하기 전의 중간 단계다. 같은 비용으로 DB를 100개 모았더라도 실제 상담 연결, 방문, 계약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다르면 캠페인의 경제적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Google은 2026년 리드 마케팅 관련 기능으로 ‘Lead Journey Mapping’과 ‘Journey-aware bidding’을 소개했다. 전자는 클릭 이후 계약까지 이어지는 여러 판매 단계를 하나의 여정으로 파악하고 이탈 지점을 시각화하는 방향이다. 후자는 검색 캠페인의 타깃 CPA 전략이 가져오는 전환 신호를 더 폭넓게 활용해, 단순 첫 문의 이외의 판매 단계도 학습하도록 지원하는 베타 기능이다.
중요한 점은 Google 광고 관리자 화면이 자동으로 모든 CRM 데이터를 알아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 계약·적격 상담 같은 후행 이벤트를 어떤 식별자와 기준으로 연결할지 설계해야 하며, 매체가 기능을 제공한다고 해서 특정 광고주의 성과 향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2026년 발표 내용 중 일부 기능은 베타·이용 조건이 있으므로 실제 계정 제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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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마케팅의 고질적 오류는 측정 가능한 것과 중요한 것을 혼동하는 데서 발생한다. 신청 CPA가 낮다는 이유로 예산을 늘리면 자극적인 소재와 낮은 진입 장벽이 강화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사업의 목적은 ‘폼 제출을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찾는 일이다.
데이터 설계는 최소 두 층으로 구분해야 한다. 첫째는 광고 운영을 위한 빠른 피드백(클릭, 랜딩 전환, 신청). 둘째는 사업 가치에 가까운 느린 피드백(적격 DB, 상담 연결, 방문, 계약, 결제액). 후행 데이터는 수집 지연과 표본 부족 문제를 고려해 주간·월간 코호트로 봐야 하며, 고객식별 정보가 포함될 때는 적법한 동의와 전송·보관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개선안은 모든 이벤트를 한 번에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신청 → 적격성 검증 → 예약·방문 → 결제의 단계별 전환율을 먼저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다음 매체로 보내는 전환 신호를 테스트하고, 충분한 표본에서 후행 성과가 개선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광고 알고리즘보다 먼저 정비할 것은 ‘우리에게 좋은 리드’의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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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소재·타깃별로 CPA, 적격 리드율, 상담 예약률, 방문률, 결제율, 매출/광고비를 한 코호트에서 비교한다. 목표 최적화 이벤트는 계정별 제공 조건·데이터 볼륨을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변경하고 2~4주 학습 기간을 확보한다.
29CM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 취향 소비의 유행이 아니다. 고객의 수요가 명확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품목보다 장면·생활방식·문제 상황이 탐색을 촉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를 상시 운영에 적용하려면 추천 콘텐츠에서 상품 상세페이지로 들어온 고객의 저장률과 구매 전환율을 구분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2026년 9월 5일부터 12월 27일까지 서울 리움미술관 M2에서 진행되는 개인전. 빛과 어둠, 향, 시간에 따라 관객이 지각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브랜드 공간을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보여줄까’보다 ‘어떤 감각 조건을 만들까’를 생각하며 관람할 만하다.
이번 호의 공통 질문은 ‘어떻게 행동을 바꾸는가’다. 29CM는 발견 방식을, NOPE는 소비를 정당화하는 언어를, 우롱기행은 참여 규칙을, Google은 측정하고 학습하는 데이터를 바꾸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지만 전략이 작동하는 지점은 같다. 고객의 일상적인 선택을 바꾸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